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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야기12-대만교회 찬송가 이야기

  • 작성자 사진: Nehemiah Tan
    Nehemiah Tan
  • 2019년 12월 7일
  • 5분 분량

들어가는 말

찬송은 예배의 역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교회는 1983년부터 《통일찬송가》를 사용하면서 교단별 찬송가가 자취를 감추고, 찬송가의 권위 현상까지 생겨 찬송가가 성경과 함께 제본되어 보급되고 있기도 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2006년에 출간된 《21세기 새찬송가》가 과거 《통일찬송가》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만교회는 모든 교회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통일된 찬송가는 없고 각 교단에서 나오는 찬송가와 개별 출판사에서 간행한 찬송곡집이 있다. 대만교회에서 역사가 오래된 교단에서는 각자의 전통을 인정하고 있으며, 역사가 그리 깊지 않은 교회는 필요에 따라서 기존 찬송가를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요즘 대만교회는 ‘경배와 찬양’ 형식으로 필요에 따라 적합한 곡을 선택해서 찬양하기 때문에 찬송가를 굳이 사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대만교회의 찬송가는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이번 ‘대만 이야기’는 대만교회의 찬송가에 대해서 나누고자 한다.




대만기독장로교회의 성시(聖詩)

오래된 교단인 대만기독장로교회(臺灣基督長老敎會, the Presbyterian Church in Taiwan, 이하 장로교회)에서는 성시(聖詩)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1900년에 감위림(甘爲霖, 음역)은 대만의 첫 찬송가인 《성시가(聖詩歌)》을 펴냈다. 이때는 악보도 없이 가사만 있었으며, 대만인의 작품은 한 곡도 없었다. 이 책은 아마도 일제시대와 국공내전 이후 대만으로 철수한 국민당과 대륙에서 온 피난민들로 인한 혼란 때문에 개정되지 않은 상태로 60년 넘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196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대만인의 작품(작사, 작곡, 대만 전통 곡조 등) 54곡이 포함된 새로운 찬송가인 성시가 출판되었다. 이때만 해도 서구의 곡이 주를 이루었지만 2002년에 21세기를 맞이하여 《세기신성시(世紀新聖詩)》에 이르러 35개국의 130곡의 찬송과 함께 대만 곡조가 50곡이나 포함되었다. 현재 장로교회에서 사용하는 성시는 2009년 판인데, 지금은 77개국의 650곡의 찬송이 실려있다. 이 중 대만인 또는 대만선교사가 작사한 155곡과 작곡한 129곡이 실렸다. 이로써 현재 성시는 서구의 찬송가가 50%, 제3세계의 찬송가가 25%, 대만 본토의 찬송가가 25%에 달하는 찬송가가 되었다.

장로교회의 성시는 두 가지 특성을 언급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대만어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어가 익숙하지 않은 청년, 원주민, 객가인(客家人), 새로운 이주민 등을 위해 올해 초 화어(華語)판 성시를 새롭게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곡목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함께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장로교회의 예배는 대체적으로 전통적인 대만어 예배와 국어 예배를 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성시가 장로교회의 신학 중 진보적인 부분을  잘 담아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찬송가의 분류에 ‘정의와 평화’, ‘에큐메니컬 연합’과 같은 주제들이 있고, 대분류에 ‘현지 기독교인의 간증’이라는 분류 아래 ‘성평등(性別平權)’, ‘생태보전(生態關懷)’, ‘향토를 향한 사랑(疼惜鄕土)’과 같은 주제들이 있다. 이 외에 재밌는 것은 ‘과학 기술과 예능(科技藝能)’ 같은 소주제가 있다는 것이다. 성시는 대분류와 주제 그리고 곡목은 영어를 병기하고 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이다.


기독교 대만성교회의 성가(聖歌)

기독교 대만성교회(臺灣聖敎會, Taiwan Holiness Church)의 성가(聖歌)는 1933년에 왕금원(王錦源) 목사의 편찬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초판 서문에는 성가의 목적에 대해서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을 높이 받들고, 참회하고 고백하며, 간구하고 앙망하며, 감사하고 찬송하며, 하나님의 넓은 은혜를 높이 부르며, 예배하는 자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하여 편찬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초판은 30년 가까이 사용되었고, 1960년에 44곡을 추가하여 313곡이 되었다.

1976년, 일본의 동양선교회의 선교로 시작된 대만성교회는 시대적 상황과 생일, 이사, 절기, 효도, 청년 등과 같은 주제에 적합한 찬송이 목회적으로 필요했기에 개정과 증보작업에 착수하였다. 성가는 원래 대만어로 출판이 되었다. 그러나 1960년 판에서는 국민당 정부가 표준어사용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결과 대만어로 찬송을 부를 수 있는 회중이 점차 줄어들어서 이미 표준어로 변환을 하였다. 1976년부터 착수한 성가의 편찬과정에서는 아직도 남아있는 대만어의 사용을 표준어로 바꾸고, 가사도 보다 문학적으로 아름답고 쉽게 암기할 수 있게 수정하였다. 이로 인해 성가는 533곡이 되었다. 이 외에 예배의 필요를 위해 교독문 56편과 성교회의 교리를 열두 페이지에 걸쳐서 수록하였고, 아침과 저녁의 기도문, 예배 전후 묵상 그리고 ‘은혜의 복음’이라고 하여 성결교회의 교리를 복음제시의 형태로 수록하기도 하였다. 이 작업은 1980년에 마무리되어 새로운 성가가 출판되었는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성가의 특징으로는 구원이라는 주제에서 성결교회의 사중복음인 칭의·중생·신유·재림의 순서에 따라서 곡을 모아 놓았다는 것과 마지막 대주제인 특용(特用, 특별한 용도)에서는 ‘시편’ 4곡, ‘청년’ 31곡, ‘어린이’ 10곡, ‘짧은 노래’ 38곡이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에 출판된 성가는 현재까지도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대만어로 시작된 성가는 표준어로 수정하는 과정을 걸쳤지만 지금도 가사를 그대로 대만어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고 한다.





연합찬송가 - 보천송찬(普天頌讚)

분명히 서문에서 대만에는 교단이 연합하여 같이 편찬한 찬송가가 없다고 언급했는데, 이제와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가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연합찬송가는 사실 대만에서 편찬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만교회에서도 오랫동안 사용되었던 찬송가이기에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연합찬송가는 보천송찬(普天頌讚, Hymn of Universal Praise)이다. 이 찬송가는 중국에서 편찬되었는데 당시 중화기독교회(中華基督敎會)라는 연합교단과 중화성공회, 미이미회(미국북감리회), 감리회(미국남감리회), 화북공리회(華北公理會), 화동침례회(華東浸禮會, East China Baptist Convention)가 함께 편찬하였다. 이는 중화성공회에서 사용했던 가사만 있던 송주시집(頌主詩集, 주님을 찬송하는 찬송시집)을 기초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6개 교단이 각각 300곡의 찬송가를 가져와서 그중에 100곡은 필수곡으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필수곡으로 선정한 곡 가운데 중복된 것을 제외하니 252곡이 되었고, 위원회는 기타 곡들을 함께 선정하여 총 512곡을 1936년에 출판하였다.

1977년에 수정판이 출판되었는데 이때는 참여하는 교단에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1977년부터 보천송찬은 홍콩에서 주도하는 찬송가가 되었다. 이때 참여한 교단은 중화기독교회 홍콩지회, 성공회 홍콩 마카오 교구, 중화기독교순도공회(中華基督教循道公會, The Chinese Methodist Church), 위리공회(衛理公會, 주_앞의 순도공회와 위리공회는 실제적으로 감리교회이나 다른 교단이다. ‘순도’가 들어간 교단명칭은 방법을 따른다는 뜻으로 ‘Methodist’의 번역이고, 뒤의 위리공회는 웨슬리를 따르는 뜻으로 ‘Wesleyan’의 해당되는 번역이다.) 차오저우어침례교회(潮語浸信會, The Swatow Baptist Church)가 되었다. 그 교단의 이름만 봐도 홍콩과 마카오지역으로 제한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 공산화 이후의 정세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천송찬은 2007년에 새로운 수정판을 냈는데 이때는 중화기독교회 홍콩지회, 홍콩성공회, 감리교회 등 3개 교단만 참여하였다. 그러나 이 신개정판은 916곡이나 수록되어 있고, 다른 찬송가와 다른 점은 성공회적 배경이 강하기 때문에 예전(禮典)용 곡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배학과 교회음악적 측면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특이한 점은 이 찬송가의 1934년 판부터 경교의 찬가인 대진경교삼위몽도찬(大秦景敎三威蒙度讚), 1977년 판부터 1688년에 첫 중국인 신부가 되었던 오어산(吳漁山)의 시 1수, 2007년 청나라 강희(康熙)황제의 시 가운데 기독교적 내용의 시 2수 등 중국 초기 문헌에 곡을 붙인 곡이 총 4곡의 찬송가가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기타 찬송가

위에서 언급한 찬송가들 외에 많이 사용되는 찬송가는 침례교의 송주신가(頌主新歌, 주님을 찬송하는 새 노래), 하나님의 성회의 구은시가(救恩詩歌, 은혜로운 구원의 노래)가 있고, 개별 출판사에서 출판한 만민송양(萬民頌揚), 찬미(讚美), 청년성가(靑年聖歌), 교원시가(校園詩歌) 등과 같은 찬송가가 있으나, 필자의 정보의 한계로 일일이 소개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이중 찬미는 비록 개별 출판사이지만 이 문단에서 소개한 다른 찬송가들을 취합과 선별하여 출판한 것임을 밝힌다.


나가는 말

한국과 같이 하나의 공통적인 찬송가의 사용은 교단 간의 연합과 일치에는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신학적인 배경이 서로 다르기에 목회자나 교회음악 사역자들의 세심한 선곡이 요청된다. 그러나 대만과 같이 교단 찬송가가 있으면 교단의 특색이 잘 드러나 있기에 선곡에 있어서 신학적인 고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교회가 함께 연합하여 예배드릴 때 같은 가사로 찬송하는 것에서 어떤 버전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 대만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며 연합이 잘 되기도 한다.

근래 경배와 찬양 형태로 예배를 시행하는 교회가 많아 찬송가의 사용이 현저히 줄어든 것은 한국과 대만의 공통적인 현상일 것이다. 믿음 선배들의 신앙 전승과 편찬 노력의 열매를 잘 받아먹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교회는 역사 속에서 소중한 보물을 다시 발견하여 새로운 해석과 함께 계승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주] 이번 호로써 필자가 지난 1년간 써 내려온 ‘대만 이야기’의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필자의 짧은 식견과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독자들을 오도(誤導)하지 않고 바른 정보를 나누었기를 바란다.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대만을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기를 바라고, 1년간의 여정에 함께해 준 독자들께 감사함을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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