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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정과의 역사와 유익성

  • 작성자 사진: Nehemiah Tan
    Nehemiah Tan
  • 2022년 1월 10일
  • 3분 분량

담안유

(목사, 언더우드선교회 대표)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후, 교회는 시간을 통해 그분을 기념(Anamnesis: 기억하면서 행하는 것)하기 시작했다. 그 방법은 하루, 한주, 1년 등을 단위로 나뉠 수 있는데, 특히 1년을 주기로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라 그분을 기념하는 방법을 ‘교회력’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성서정과(聖書定課)는 1년을 단위로 한 교회력을 3년 단위로 묶어 복음서를 중심으로 하여 성경의 대부분의 주요 본문을 예배와 설교에 활용되기 위해 만든 성구집(聖句集)이다.

계시를 통해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연대기 순서에 따라, 또는 특정 관점(구속사, 하나님 나라 관점 등)을 따라 읽을 수 있다. 연속적 강해 설교를 선호하는 교회들은 성경의 순서에 따라서 성경을 읽어 내려가며 설교를 하는데, 이를 ‘연속적 읽기’(lectio continua)라고 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성경의 순서대로 쭉 읽어나간다는 것이고, 대체적으로 성경의 모든 부분을 다 봉독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다른 방법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든 성구집을 따라 성경을 읽는 ‘선택적 읽기’(lectio selecta)는 효과적인 방법이고, 성서정과는 선택적 읽기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성경을 읽는 특정 방식만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이는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속적 성경 읽기를 한다하여 실제로 설교에서 모든 본문을 다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고, 성서정과의 선택적 성경 읽기를 해도 맥락을 따라 각 권의 주요 본문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교회의 경우 주일은 성서정과를 따라 성경을 봉독하고 설교를 하되, 새벽기도회나 수요기도회 등에 연속적 성경 읽기에 따라 설교하는 방법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성경의 목록이 ‘정경’(Canon)으로 확정된 것은 397년에 카르타고공의회다. 흥미로운 것은 정경 목록이 확정되기 이전에도 설교를 위해 선택된 성경 구절을 모아놓은 책인 ‘성구집’을 따라 설교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388년경 크리소스토무스의 안디옥 설교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당시 교회들이 교회력에 따른 선택적 성경 읽기와 설교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이후에 비잔틴, 예루살렘, 에뎃사, 로마 등 주요 지역마다 성서정과가 생겨나기도 했다.

종교개혁가들은 연속적 성경 읽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장 칼뱅은 수난주간, 부활주일, 성령 강림주일 등 교회력과 관련된 날에는 선택적 성경 읽기에 따라 설교를 했다. 성탄절, 주현절, 수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 등은 다 교회력의 절기인데, 연속적 읽기를 한다고 해서 성탄절에 수난을, 수난절에 기쁨을 설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개혁교회 전통에서 성서정과를 사용한 첫 사례는 1940년의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였다. 현재 교회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개정공동성서정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는 천주교회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전례 개혁의 일환으로 1969년에 발간한 『미사 독서 목록 지침』(Ordo Lectionum Missae)에서 시작되었다. 이 영향을 받아 미국의 남북장로교회는 1970년에 이를 대폭 수정하여 사용한 예식서를 연합으로 출간했고, 감리회 등 각 교단도 자신의 성서정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1982년에 에큐메니컬적 관점에서 연합하여 『공동성서정과』를 만들었고, 9년간 실험사용 후 현재까지의 완결판인 『개정공동성서정과』가 완성되었다.

성서정과를 사용하는 유익성은 첫째로, 교회가 함께 지키는 교회력에 따라 적절한 성경구절을 가지고 말씀을 읽고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력은 대림-성탄-주현과 사순-부활-성령강림 두 주기가 있는데, 특히 이 주기 기간에 성서정과의 말씀을 따라서 설교하면 그 절기의 메시지들이 명확해진다.

둘째, 예배와 설교에 있어 균형 있는 성경 봉독을 할 수 있으며 임의적 설교 본문 선택을 지양할 수 있다. 성서 정과는 위에서 언급한 두 주기를 제외하고도 복음서를 중심으로 구약과 시편 서신서를 함께 읽고 설교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정성서정과에 따라 설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어가 ‘사도 바울’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셋째, 성서정과를 사용하는 것을 통하여 우리는 하나의 지역교회가 아닌 보편교회의 일원인 것을 기억하며 에큐메니컬적 연대를 할 수 있다.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묵상하고 설교하는 것은 유형의 교회가 하나의 공적인 교회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록 민족과 언어가 다를지라도, 전 세계교회가 절기를 따라 같은 말씀을 듣고 실천할 때 그 연대의 힘은 선한 영향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성탄절 전후 이웃들에게 선물을 하는 보편 교회의 선행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개정성서정과에는 물론 단점들이 있다. 김경진은 ‘성서정과에 포함되지 않은 본문들’, ‘납득하기 어려운 본문 선정과 애매한 누락’, ‘중복되는 본문들’, ‘사용과정에서 실제로는 빠질 위험이 있는 본문들’, ‘한국교회의 상황에 맞지 않는 본문들’을 제시하였다.(김경진, ‘개정공동성서정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의 활용을 통한 설교의 가능성 모색’, 『한국교회와 장신신학의 정체성』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6), 335-349.)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정과를 사용하는 것의 유익은 크고, 해당 단점들은 목회적으로 커버가 가능한 것들이다.

Washington Theological Union의 설교학 교수인 로버트 P. 와즈나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설교에 관한 많은 책과 논문이 나왔지만, 설교학이 가톨릭 신학 교육에서 중요한 학문적 지위를 차지하지 않았기에 텍스트의 대부분은, 특히 신학적인 것은, 개신교와 성공회 설교학자들로부터 나왔다”( 로버트 P. 와즈나크, 『강론이란?』 (왜관: 분도출판사, 2003), 8.)고 말하기도 하였고, 감리교의 예배학자인 제임스 F. 화이트는 “개신교의 성서학자들이 가톨릭의 설교에 추진력을 준 것과 같이, 가톨릭의 성서정과는 가톨릭이 개신교 설교에 준 가장 큰 선물” (James F. White, Christian Worship in Transition (Nashville: Abingdon, 1976), 139.)이라고 말했다. 성경의 근거에 둔 개신교적 설교 신학에 성서정과를 사용한다면 설교자와 교회 공동체 그리고 교회 연합에 큰 유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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