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야기05- 대만인의 정체성
- Nehemiah Tan
- 2019년 5월 9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19년 5월 9일

대만인의 정체성
중화민국-대만이라는 나라를 볼 때, 사람들이 자주 갖는 질문은 ‘과연 대만이 나라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중화민국-대만이 나라인지에 대해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하여 그 판단을 독자들에게 맡겼다. 그 다음으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과연 그러한 대만에서 사는 사람들은 국가와 신분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과연 자신을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역사적인 흐름을 나누며 필자의 이해에 기초하여 현재의 생각을 정리해서 나누고자 한다.
대체적으로 사람은 자기 민족의 역사를 지금 현재 거주하는 땅의 역사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역사가 오래된 국가일수록 그 땅과의 인연은 매우 깊다. 오랫동안 한 민족이 한 토지를 통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는 통치자가 자주 바뀌었고, 민족의 형성 또한 조금은 복잡한 상황이다.
실효지배라는 역사적 관점으로 봤을 때, 대만이라는 섬은 원주민이 자생적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섬(Formosa)은 네덜란드 상인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1624년부터 원주민들은 지배를 당하기 시작했다. 이후 1662년에 명나라의 잔당인 정성공(鄭成功) 일가가 대만으로 피신해오면서 네덜란드 사람들을 물리치고 대만을 지배하였으나, 1683년 청나라가 이들을 정복하였다. 이후 1895년 청일전쟁에 패전한 청나라가 일본과 맺은 불평등조약인 시모노세키조약(下關條約)에 의해 일본에게 대만 섬을 할양하여 대만은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투항하면서 중화민국에게 그 지배권이 넘어왔다. 이때 중화민국은 대만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만은 그저 큰 섬일 뿐이었고, 대륙도 재건해야하는 상황에 대만까지 신경을 쓸 수 없었으며, 내전까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국민당 정부가 1949년 국공내전(國共內戰)에서 패하여 대만으로 피신 온 것을 계기로 현재 대만의 인구 구성인 원주민, 대만인(客家人포함), 외성인(外省人)으로 굳히게 되었다.
이처럼 대만 섬의 역사는 식민지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통치 기간으로 봤을 때 청나라의 지배기간이 가장 길었지만, 청나라에게 대만은 중요도가 높지 않은 섬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장 최근의 지배는 일본과 국민당 정부의 지배인데, 일본은 식민지배를 하면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위안부’를 동원하기도 하였으나, 큰 그림에서는 대만의 자원을 가져가기 위하여 개발을 많이 하였다. 오히려 국민당 정부는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서거하기 전에는 대륙을 다시 반격하여 들어갈 것을 생각하여서 전시(戰時), 그리고 계엄의 시대였기에, 청나라 후기부터 대만에서 살아왔던 대만인들은 일본을 선호하고 지금도 일본을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국민당 정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대만의 정체성은 대륙에서와 같이 왕조나 민족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랜 시기 대만에서 살아왔던 원주민들, 청나라 때부터 살아왔던 사람들, 그리고 1949년에 장제스와 함께 대만으로 온 사람들, 이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융합하여 현재의 대만을 형성하였기에, 필자는 대만인의 정체성은 특정 정권 또는 민족에서 찾는 것이 어렵고, 현재 대만에 거주하고 있는 민중이 형성해 가고 있는 것에서 대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장제스 때는 당연하였고, 장징궈(蔣經國)가 대통령이었을 때도 당연했던 ‘중화민국의 국민’을 뜻하던 ‘중국인’이란 명칭은, 리덩후이(李登輝)의 재임 시기를 걸치면서 점차적으로 ‘대만인’으로 변화해 갔다. ‘중국인’이란 단어는 이제 ‘중국 대륙의 사람’을 뜻하는 말로 한정되었고, 이제 대만에서 자신을 중화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중국인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물론 천수이볜(陳水扁)이 총통으로 집권함으로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 약칭: 민진당) 정권에서 소위 애국교육을 철폐고 탈중국화(去中國化)를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천수이볜 정권은 역사와 지리 교과서에서 중국에 해당되는 부분을 삭제하고 대만 섬을 중심으로 한 역사와 지리 교과서를 개편하여 기존과 다른 전혀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였다. 즉, 대만은 명실상부하게 한 섬의 역사와 지리만을 자신들의 교육의 내용으로 협소화하여 한정시켰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만인의 정체성은 정치적인 상황과 교육을 통해,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만인은 현재 대만땅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하였고, 그것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와 화인(華人)으로서는 대만에 거주하지 않음으로 그 정체성 형성에서 배제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다가오기는 하나,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만에서의 대세이며,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그 땅에 거주해야만 하기에, 다만 그것을 위하여 기존의 생활의 터전을 두고 본국으로의 이민을 감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여하튼 한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민중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필연적인 단계일 것이다.
대만은 현재 진보정당인 민진당이 집권하고 있고, ‘적폐정산’이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중국, 중화민국, 국민당 등 과거 역사와의 연계를 지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전체 대만 백성의 대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은 보다 더 뚜렷한 대만의식을 소유하며 자라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대만의 정체성은 더욱 명확해지고 강화될 것으로 추측한다. 중공이 여러 방법으로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는데, 집단은 풍랑을 겪을수록 그 내실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대만이 어떻게 국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또한 찾아갈 것인가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만-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라고 번역된 주완요의 책 제목과 같이, 대만이라는 땅은 모진 풍파를 겪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대만 땅에 슬픈 역사는 지나가고, 아름다운 섬으로만 우리의 곁에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필자는 또한 그 아름다움에는 해외 거주자에 대한 배제가 없는 한몸이라는 의식으로서의 포용이 존재하여, 자신들을 대만이라는 섬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넓은 마음을 소유하여 세계를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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